이게 실화라는 게 실화인가요?
제가 처음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게 된 건 중학교 3학년 쯔음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정말 실화 같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실화라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내용이 너무 잔인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한국의 '화성'이라는 지역에서 발생한 실제 연쇄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사건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관객들에게 땀나는 긴장감과 강렬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현실과 상상이 조합된 스토리로 살인 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한 인간 관계와 감정적인 고뇌가 어우러져 더 현실적으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1986년 경기도에서 젊은 여성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 및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은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전국 뿐 아니라 사건 지역에서 연쇄살인이라는 생소한 범죄의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사건 발생지역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수사본부에는 구희봉 반장(배우 변희봉)을 선두로 화성 토박이 형사 박두만(배우 송강호)와 서울에서 자원해 온 서태윤(배우 김상경), 그리고 조용구(배우 김뢰하)가 배치됩니다.
'육감 수사'로 대표되는 박두만은 동네 양아치들을 다그치며 자백을 강요하고, 서태윤은 모든 사건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정반대의 스타일로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처음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게 됩니다. 용의자가 검거된 후 사건의 끝이 보일 듯 하더니듯하더니,매스컴이 몰려든 현장 검증에서는 용의자가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구희봉 반장은 파면 파면당하게 됩니다.
모든 수사진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범인은 자기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살해할 때도, 결박할 때도 모두 피해자가 착용했거나 사용중인 물품을 이용하였습니다. 심지어 강간사일 경우, 대부분의 피살자 몸에 떨어져 있을 법한 범인의 음모 조차 단 가닥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구반장의 후임으로 신동철 반장(배우 송재호)가 부임하면서 수사는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박두만은 현장에 털 한 가닥도 남기지않는다는 점을 착안하여 근처의 목욕탕과 절을 뒤지며 무모증인 사람을 찾아찾아 나서게 됩니다. 사건 파일을 검토하던 서태윤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범행대상이라는 공통점을 밝혀냅니다. 선제공격을 시도하려 형사팀은 비오는 밤, 동료 여경에게 빨간 옷을 입히고 함정 수사를 벌입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돌아오는 것은 또다른 여인의 끔찍한 사체였습니다.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감추게 되고 뜨거운 냄비처럼 들끊는 언론은 일선 형사들의 무능을 계속하여 지적하면서 수사 중인 형사들을더욱 강박증에 몰아넣게 됩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박현규의 유전자 검사조차 불일치로 나온 후 형사들은 결국 검거를 실패한 채 수사를 종결하게 됩니다. 그 후 박두만은 형사 생활을 관두고 녹즙기 사업을 하며 가정을 꾸려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16년이 지난 후 박두만은 최초 희생자가 발견된 장소를 지나가다 차에서 내려 사건현장을 살펴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지나가던 소녀가 박두만에게 얼마 전에 어떤 아저씨가 그 구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때 그 소녀는 그 사람에게 그곳은 왜 들여다보느냐고 물었는데 그 남자는 '옛날에 자기가 했던 일이 생각나서 진짜 오랜만에 한번 와봤다'라고 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두만은 충격을 받고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영원한 미제 사건은 없습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 그 후 무려 24년 만에 진범이 법정에 서게 됩니다. 그 범인은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였습니다. 3년 전, 2020년 11월 2일 이춘재가 법정에 섰습니다. 애초에 화성 연쇄 살인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별도의 살인 사건으로 수감 중이었습니다. 2019년 9월 18일에 수감 중인 이춘재가 범인으로 지목되자 사건에 대해서 자백했다고 합니다.
공소시효가 만료한 시점이었으나 너무나도 사회적인 큰 파장을 일으켰던 미공개 사건이기에 그 의미가 매우 컸습니다. 그 기간은 무려 30년이었습니다. 범인의 자백과 함께 화두에 떠오르게 되며 '살인의 추억'을 다시 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실제 이춘재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소녀가 설명해 준 것처럼 매우 평범했다고 합니다. 모습은 평범했으나 사건은 너무나도 잔인했습니다. 9차 살인 사건마저 일어나며 그간 모방사건으로 지정되었던 사건들 조차 이춘재의 범행으로 밝혀지며 큰 화제를 만들었습니다.
30년이나 걸렸지만, 진범이 밝혀져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원한이 조금이라도 풀렸길 기도해 봅니다.
천만관객 감독, 그 이름은 봉준호
현재 봉준호 감독은 최초, 최고, 최다라는 수식어의 기록을 모두 보유한 한국 영화의 자타공인 아이콘이며, 오락성과 예술성 그리고 독창성과 대중성을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세계적인 거장입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시절부터 단편으로 주목받아 왔고, 2000년의 영화 '플랜다스의 개'로 장편영화 데뷔를 했습니다. 대중적으로는 흥행하지 못하였으나 작품성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기대주 감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흥행까지 성공합니다. 그 후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의 탑 위치에 자리하게 됩니다.
자리만큼 부담감도 더 커지겠지만 너무나도 잘하실 거라 믿습니다. 저는 봉준호 감독의 앞으로 다음 작품이 매우 기대됩니다.